커피 1스푼에 설탕 3스푼과 크림 2스푼, 소위 다방 커피의 전형적인 비율이자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의 맛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의 공식은 똑같지 않다. 세계 곳곳의 커피 애호가들은 서로 다른 생활과 환경과 습관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제 나름의 커피 기호를 개발했고 발전시켜 왔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프는 [망각을 위한 기록]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커피의 맛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개념일 뿐이며, 물질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커피 취향을 가졌다. 내게 권하는 커피에 따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고상한 사람인지를 평가하고 예측할 수 있다."
터키식 또는 아랍식 커피
아랍인들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다. 아랍인들이 커피를 끓이는 방식은 한때 아랍을 포함한 이슬람 세계 전역을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주인이던 터키족의 커피, 즉 터키식 커피로 흔히 알려져 있다.
터키식 커피는 물과 커피 가루를 함께 끓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커피 원두를 2스푼쯤 이브리크(ibriq)라고 하는 긴 손잡이가 달린 구리 용기에 물과 함께 넣는다. 원두는 가볍게 살짝 볶은 것을 사용하며, 밀가루처럼 곱게 빻는다. 취향에 따라 설탕도 1스푼 정도 함께 넣어준다. 이브리크에 담긴 액체가 끓어오르며 거품을 일으키면 이를 저어준 후 불에서 내려놓는다. 불에 올렸다가 끓어오르면 내리는 과정을 세 차례 반복한다. 3번 끓인 커피는 가루와 함께 작은 잔에 따른다. 터키식 커피는 천천히, 가루가 가라앉는 속도에 맞춰 마셔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급하게 마시더라도 최소 2분은 걸린다. 걸쭉하고 진하지만 약하게 볶은 원두를 사용하므로 쓰지 않고 구수하다.
전문가들은 터키식이 3번이나 끓이는 과정에서 커피가 지닌 미묘한 맛과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커피의 제맛을 즐기기에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장중한 의식과도 같은 커피 끓이기 그리고 천천히 마실 수 밖에 없기 때문에라도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여유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터키식 커피는 매력적이다. 커피를 마신 후 잔을 뒤집어 커피 찌꺼기가 만들어내는 모양으로 커피점(占)을 보기도 한다.
필터 또는 드립 커피
필터(filter)식 또는 드립(drip)식 커피는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커피 추출 방식으로, 특히 미국과 독일에서 애용되고 있다. 잘게 간 커피 원두를 종이필터 또는 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원추형 금속필터에 담는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우리기 전, 뜨거운 물을 커피 가루가 물을 머금고 살짝 부풀어 오를 정도로만 부어준다. 이렇게 하면 커피의 맛과 향이 더 잘 우러나온다. 이후 뜨거운 물을 천천히 따라준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물을 골고루 따라줘야 커피가 제대로 추출된다. 요즘은 대부분 전기식이라 이러한 걱정이나 즐거움은 신경 쓸 필요가 없기도 하다. 우러나온 커피 액은 똑똑똑 필터 아래에 놓인 용기로 떨어진다.
필터 커피는 1908년 독일 여성 멜리타 벤츠(Melita Bentz)가 종이필터를 발명하면서 보편화됐다.
벤츠 여사는 이전까지 사용되던 자기(磁器) 필터에 남는 커피 찌꺼기로 인해 골치 앓던 중, 구리 용기 바닥에 압지를 깔고 커피를 걸렀다.
벤츠 여사는 1908년에 종이 필터를 특허 신청했고, 멜리타라는 회사를 세운 뒤 필터와 필터를 사용하는 커피기계를 판매했다. 1920년부터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했고, 1937년 원추형 필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커피의 모든것 - 김성윤]
'커피의 모든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외 변형들 (0) | 2022.06.13 |
---|---|
커피끓이기(2) (0) | 2022.06.13 |
커피 맛을 표현하는 단어들 (0) | 2022.06.13 |
커피 향을 설명하는 표현들 (0) | 2022.06.13 |
커피의 맛과 향 (0) | 2022.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