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그야말로 숭늉 대신으로 마시는 보편 음료가 된 것은 1970년대이다. 동서식품은 1970년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 생산에 성공, 커피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어 동서식품은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커피믹스는 커피, 크림, 설탕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표준화한 비율로 섞어 낱개 포장한 것을 이른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는 크게 성공했고, 1980년대가 지나면서 인스턴트커피는 국민 음료로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며 인스턴트커피의 인기는 주춤한 반면, 원두커피의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1인당 국민 소득이 5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긴 것과 무관하지 않은 변화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커피를 찾게 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원두를 분쇄한 커피 가루를 여과지에 넣고 뜨거운 물로 걸러낸 드립식 커피, 즉 원두커피가 큰 인기였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주는 미국식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소개되면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맛과 향이 진한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에 우유, 시럽, 향신료 등을 첨가한 커피음료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1999년 7월 스타벅스가 서울 이대점을 시작으로 돌풍을 일으킨 이래 커피빈, 카페 네스카페, 자바 등의 외국계 테이크아웃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 브랜드들도 이에 질세라 테이크아웃 사업을 시작하고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시내를 걷다 보면 새로 생긴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여럿 눈에 들어올 정도다.
한국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아예 한국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한 외국업체도 등장했다. 커피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의 UCC사는 지난 2001년 12월 새롭게 시작한 자사의 테이크아웃 커피 사업인 크레이튼스의 1호점을 도쿄가 아닌 서울 명동에서 시작했다.
테이크아웃 커피가 한국에서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진하고 강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기본으로 하는 테이크아웃 커피의 다양한 맛에서 원인을 찾는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묽은 드립식 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가 더 맞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에스프레소만을 마시기보다는 에스프레소에 우유, 설탕, 향신료 등을 첨가한 카푸치노, 카페라떼 등을 주로 마신다. 이러한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하는 커피음료들은 다방 커피와 맛이 비슷하다.
물론 언제 어디서건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는 테이크아웃 형태가 활동적이며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다방이 사랑방 역할을 해온 한국의 기존 커피 문화를 고려, 외국보다 매장을 크고 고급스럽게 꾸며 앉아서 마실 수 있도록 한 테이블 숍(table shop) 형태로 한국 시장에 파고든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커피의 모든것 -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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