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는 정체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시장 미국에서는 탄산음료가 커피의 지분을 빼앗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1인당 탄산음료 소비는 1970년 23갤런에서 2000년 53갤런으로 2배 증가한 반면, 커피 소비는 같은 기간 36갤런에서 절반 이상 감소한 17갤런이라고 발표했다.
커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제 3세계 커피 재배 농민들은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커피는 다년생 식물이라 영세 농가들이 재배식물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브라질과 같이 생산가격이 낮고 커피 재배 기술이 발달한 나라의 농민들은 아직까지 커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아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커피가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간다를 포함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은 최근 커피 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피 가격의 폭락도 문제지만, 커피를 통해 발생하는 부의 대부분이 생산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중간 유통업자와 최종 가공업자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커피 농가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커피 생산 국가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100~120억 달러 (약 14조 4000억 원), 커피의 소매가격은 300억 달러였다. 생산국들이 커피 수익의 3분의 1을 가져간 것이다. 2003년 커피의 소매가는 700억 달러로 늘어났으나, 생산국들의 수입은 55억 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수익의 10%가 채 못 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커피를 가공 판매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 이른바 로스터들의 수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 3대 로스터는 미국 크래프트, 유럽의 네슬레, 미국의 프록터&갬블이다. 크래프트는 '맥스웰 하우스(Maxwell House)'로, 네슬레는 '네스카페(Nescafe)'로, 프록터&캠블은 '폴저스(Folgers)'라는 브랜드로 커피를 판매한다.
전 세계 커피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들 기업은 수익이 늘었다. 커피 원두의 가격이 폭락한 반면 커피 제품의 판매가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네슬레는 인스턴트커피 부문에서 26%의 이익을 벌어들였다. 세계적 맥주 업체 하이네켄이 17%, 프랑스 다농의 유제품 부분의 수익이 11%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로스터들의 수익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진 커피 재배 농민들은 마약 재배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고 있다.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지역에서는 이미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를 재배하는 밭의 면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커피와 코카의 재배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유혹은 더욱 크다.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생산 증대를 위해 커피나무를 이전보다 더욱 촘촘하게 심고, 더 많은 숲을 농장으로 개간하면서 토양이 황폐해지고 있다.
가격폭락은 커피의 품질 도한 떨어뜨린다. 3차례에 걸쳐 잘 익은 원두만 하나씩 손으로 골라 수확하던 방식보다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수확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한꺼번에 한 그루에 매달린 원두를 모조리 따낸다고 해서 스트림-피킹(strip-picking)이라 불린다. 고급 아라비카 커피의 생산은 줄고, 품질이 떨어지는 로부스타 커피의 생산은 늘어났다. 1996~ 1997년 로부스타 35%, 아라비카 65%로 변했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보다 재배하기도 힘들고 병충해에도 약할 뿐만 아니라 재배 비용도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다.
[커피의 모든것 -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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