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필요할 것 같다.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들고 다니며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미국식 테이크아웃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에 우유, 초콜릿 등을 첨가한 커피음료가 최근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는 1948년 이탈리아의 아킬레 가자(Gaggia) 박사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면서 탄생했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카운터 뒤에서, 반짝거리는 알루미늄 몸체에 증기가 치익 소리를 내며 뿜어 나오는 'ㄱ'자 노즐이 달린 기계가 바로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빠르다'는 이름의 어원처럼, 커피를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초 이상 30초 미만으로 매우 짧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심장(heart of coffee)'이라고 불릴 만큼 맛과 향이 진하다. 드립식 등 다른 방식들은 커피의 여러 성분 중 물에 녹는 수용성 성분만을 추출하지만, 에스프레소는 중력의 8-10배 압력을 가한 강력한 증기로 비수용성 성분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맛볼 경우 향은 좋지만 맛은 한약처럼 쓰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마실수록 특유의 감칠맛이 있다. 그러한 감칠맛과 향은 흔히 커피 오일이라고 불리는 커피 원두의 지방 성분에 포함된 것이다. 떄문에 일부 커피 애호가들은 에스프레소의 맛이 인위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물과 카페인이 접하는 시간도 20여 초로 짧기 떄문에 카페인 함량도 낮다. 카페인은 물에 녹는 물질로, 커피 원두가 물과 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카페인의 양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어떻게 뽑을까. 이탈리아 커피 원두 업체 라바차(Lavazza)의 미국 지사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잔의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설명하는 데 시적 수사는 필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에스프레소는 과학이라는 것이다. 이 사람이 정의하는 완벽한 에스프레소란 섭씨 90-95도로 끓인 물을, 곱게 간 진한 에스프레소용 커피 가루 사이로, 25~30초간 9기압의 강력한 증기를 통과시켜, 정확히 1온스 분량으로 추출한 커피이다. 에스프레소의 과학은 커피 가게마다 가지고 있는 나름의 '커피 철학'과 미각에 따라 모두 다르므로, 라바차의 공식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커피 성분이 커피의 정신이라면 물은 커피의 정신이 담긴 신체에 해당할 것이다. 다른 커피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에스프레소용 물은 잡미와 잡향이 없어야 한다. 수돗물에는 염소 냄새가 나므로, 활성탄(카본) 필터로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또 칼슘 및 마그네슘 염류를 다량 함유한 경수보다는, 염류 함유량이 적은 연수가 좋다.
[뉴욕타임스]는 에스프레소용 물은 1갤런당 칼슘 4그레인이 포함되어야 이상적이라면서, 이탈리아 나폴리의 물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나폴리 인근 베수비오 화산 암반 지대를 거치면서, 또는 낡은 상수도관의 어디에선가 적절한 양의 칼슘이 녹아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스프레소의 품질은 눈으로만 보고도 알 수 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짙은 황토색 또는 카키색의 두꺼운 크림이 커피를 덮는다. 이를 '크레마'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어로 크림을 의미한다. 크레마는 커피 오일이 증기와 만나 미세한 거품이 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진다. 크레마가 오래 남아 있을수록, 거품이 고울수록 완벽한 에스프레소라고 평가할 수 있다.
커피나 한잔 하려고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들어갔다가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메뉴판에서 그냥 커피는 찾을 수 없고, 알쏭달쏭한 외국어만 가득하다. 그러나 핵심 단어 몇 개만 알면 아는 척하면서 주문할 수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메뉴에는 이탈리아어가 많다. 테이크아웃 열풍의 진원지는 미국이지만,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발달했기 떄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용어들이 일부 첨가됐다. 다음은 에스프레소와 관련된 주요 용어들이다.
[커피의 모든것 - 김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