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는 '커피나무의 귀족'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우선 혈통부터 다르다. 로부스타, 리베리카 등 '서민' 커피나무들이 2쌍의 염색체를 지닌 반면, 아라비카는 4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다른 커피나무는 꽃이 피고 10~11개월이 지나야 커피 열매가 빨갛게 익는 반면, 아라비카는 9개월이면 충분하다.
또한 아라비카는 귀족적 출신 성분에 걸맞게 연약하다. 해발 1,000~2,000m의 높은 산비탈에서만 재배되는 아라비카는 지대가 낮을 경우 열을 많이 받을 우려가 있고, 지대가 높을 경우에는 얼 위험이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섭씨 15~24도의 기온에서 연평균 강우량 1,500-2,000mm의 지나치게 습하지 않은 규칙적인 비와 함께 따갑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햇볕을 받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언제나 인간들의 시중을 받고 산다. 수확량은 헥타르당 1,500 - 3,000kg으로 로부스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원산지가 에티오피아로, 1753년 스웨덴 식물학자 카롤루스 린네에 의해 처음으로 학계에 등록되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품종으로는 티비카와 부르봉이 있으나, 커피 재배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품종이 계속 등장했다. 브라질과 문도 노보, 중앙아메리카의 티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등이 아라비카 커피에 속한 커피나무 품종들이다. 중남미, 아프리카 중부 및 동부, 인도,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 등에서 재배된다.
이에 비해 로부스타는 라틴 어원을 공유하는 영어 단어 '로버스트'가 '강건한','건장한','튼튼한','거친'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수확량이 많고 재배가 어렵지 않은 커피나무이다. 아프리카 콩고가 원산지로, 1895년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다. 해발 700m의 낮은 평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대규모의 기계 재배가 가능하다. 섭씨 24~30도에 연평균 강우량이 2,000 -3,000mm인 열대지역에서 특히 잘 재배된다. 수확량도 헥타르당 2,300-4,000kg으로 많은 편에다 병충해에도 그다지 영향받지 않는다. 아프리카 중부 및 서부, 동남아시아,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까다로운 아라비카가 이토록 대접받고, 로부스타가 천대받는 까닭은 바로 품질 때문이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맛과 향이 월등하다. 높은 고도에서 천천히 여무는 아라비카는 풍부하면서도 복합적인 맛과 향을 품게 된다. 그라나 많은 국가들이 재배하기 쉽고 수확도 많은 로부스타 재배로 돌아서고 있다.
1996~1997년 65%에서 2000-20001년에는 60%로 줄어드는 등, 19세기 로부스타가 발견된 이후 세계 시장에서 아라비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커피 가격의 폭락은 영세한 커피 재배 농가들로 하여금 로부스타 재배로 돌아서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장점을 결합한 교배종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로부스타 커피나 교배종 커피는 주로 인스턴트커피 등 대중적이고 저렴한 커피에 사용되고 있으며, 고급 커피에는 여전히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다.
모카(Mocha) 예멘과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되는 고급 아라비카 커피를 말한다.
산미가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부드러워 저녁에 마시기 좋으며 초콜릿 향, 꽃향기가 향기롭다. 재배 지역에 따라 시다모, 이르가체페, 리무로 구분된다. 산투스(Santos)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을 대표하는 커피다. 산투스 지역에서 생산되며, 산미가 적고 부드러우면서 여러 가지 맛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블루마운틴은 맛과 향을 모두 갖춘 드문 커피다. 산미와 초콜릿 향이 우아한 이 커피의 여왕은 생산량도 연간 수백여 톤으로 극히 적으며, 이 때문에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다른 아라비카 커피보다도 4배 이상 비싸다. 카리브해 자메이카 섬 블루마운틴 산비탈에서 생산된다. 1730년 영국이 자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 도입했다.
케냐 AA 아프리카의 케냐 해발 2,000m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커피로, 덜 익은 과일의 새콤한 맛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매력이 있다. 케냐와 이웃한 탄자니아에서 생산되는 탄자니아 AA는 케냐산과 비슷하지만 좀 더 부드럽다. AA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크기가 큰 최고급 커피 원두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코스타리카SHB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코스타리카의 해발 1,200-1,600m 고산지대에서 생산된다. 산미가 약하고 쓴맛이 강하면서 전체적으로 진하다. 풍부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저품질의 로부스타 커피 재배를 법으로 금지할 만큼 고급 커피 생산에 온 힘을 다하는 나라이다.
콜롬비아 수프레모(Supremo)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아침을 깨우기 적합한 커피, 수프레모를 포함한 콜롬비아의 커피는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하며, 여러 커피를 섞는 블렌딩 과정에서 다른 지역 커피들의 강한 맛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와이 코나(Kona)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산미가 있으며, 향기가 좋다. 저녁에 마시기에 적당하다. 해발 4,000m 이상의 높은 화산 산비탈의 비옥한 토양에서 재배된다. 생산량이 연간 500여 톤으로 매우 적어 가격이 비싸다. 1825년 남미대륙을 돌아 하와이에 도착했다.
[커피의 모든것 -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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