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사전적 정의는 '기호품'이다. 국어사전을 펼쳐 보면 기호품이란 영양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기나 맛 또는 자극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현대의 사회에서 커피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느덧 커피는 일상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현대인의 생필품이 되었다.
우리는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이면 커피를 마셔야 눈이 떠지고, 정신이 또렷해지며, 또 다른 하루를 치러낼 준비를 마친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무언가 마무리하지 못한 듯 허전하다. 또한 커피는 일상의 쉼표이다. 오후 서너 시, 바쁜 업무를 대충 마무리한 샐러리맨들은 휴게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는다. 직장 동료들과 마시는 달고 진한 커피 한 모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락이다.
커피는 만남과 인연의 시작이기도 하다. 커피는 상대방의 값어치를 평가하는 이성이라는 계산기가 더욱 잘 돌아가도록 돕는 윤활유이자, 영 아니다 싶은 맞선 상대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면서도 결례하지 않는 데 맞춤한 도구가 된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인간 두뇌의 능력과 활동을 경이적으로 팽창시켰다. 독일 유대인 역사학자 하인리히 에두아르트야콥은 그의 저서 [커피의 역사]에서 커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고대, 즉 커피가 발견되기 이전 시대에는 극소수의 천재들에게나 가능했던 뛰어난 업적을 이룩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한 잔의 커피는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찬양하기도 했다.
카푸치노(cappuccino)의 어원이 된 가톨릭 사제가 성인 직전 단계인 시복 품위를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17세기 프란체스코 수도회 산하 카푸친분파 소속 수도사였던 마르코 다비아노는 1683년 열정적인 설교와 연설로 기독교 연합군의 사기를 고무시켜,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오스트리아 빈을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지켜내는 데 기여했다고 알려졌다. 이때 오스만 군대가 버리고 달아난 군수품 중에는 500포대의 커피 원두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커피 원두로 끓인 커피에 우유를 첨가한 커피는 다비아노가 속한 카푸친 사제들의 갈색 덧옷과 그 색이 비슷했고, 빈 시민들이 다비아노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를 카푸치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다비아노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중독성 있는 향, 마실수록 감미로운 쓴맛, 각성효과, 마음의 평화까지 제공하는 커피가 인류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성인의 칭호는 마땅히 커피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된다. 이 시대의 샘물, 성수인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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